제14대 유례이사금(儒禮尼師今, AD 284~298) 14년 : 기원후 297년
▶ 이서고국이 쳐들어왔으나 신비한 군사들의 도움으로 물리치다 : 297년 01월(음)
- 十四年, 春正月, 以智良爲伊湌, 長昕爲一吉湌, 順宣爲沙湌. 伊西古國來攻金城. 我大舉兵防禦, 不能攘. 忽有異兵來, 其數不可勝紀, 人皆珥竹葉. 與我軍同擊賊破之, 後不知其所歸, 人或見竹葉數萬積於竹長陵. 由是國人謂, “先王以隂兵助戰也.”
- 14년(297) 봄 정월에 지량(智良)[1]을 이찬(伊湌)[2]에 임명하고, 장흔(長昕)[3]을 일길찬(一吉湌)[4]에 임명하고, 순선(順宣)[5]을 사찬(沙湌)[6]에 임명하였다. 이서고국(伊西古國)[7]이 금성(金城)[8]을 공격해 왔다. 우리나라가 많은 병력을 동원해 방어했으나, 물리치지 못하였다. 문득 신비한 병사들이 〔도와주러〕 왔는데, 그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모두 대나무 잎을 귀에 꽂고 있었다. 우리 군사와 함께 적을 공격해 물리쳤는데, 그 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고, 다만 사람들이 대나무 잎 수만 장이 죽장릉에 쌓여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이로 인해 나라 사람들이 이르기를, “선왕(先王)이 음병(陰兵)을 보내 싸움을 도와주었다.”라고 하였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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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지량(智良) : 이 기사에만 등장하는 인물로 다른 행적은 알 수 없다.
- 이찬(伊湌) : 신라 경위(京位) 17관등(官等) 중 제2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본서 권1 신라본기1 유리이사금 9년(32)조의 이척찬에 대한 주석 참조.
- 장흔(長昕) : 이때에 일길찬에 임명되었다가, 2년 후인 기림이사금 2년(299) 1월에 이찬으로 승진한다. 다른 행적은 알 수 없다.
- 일길찬(一吉湌) : 신라 경위(京位) 17관등(官等) 중 제7등이다. 본서 권1 신라본기1 유리이사금 9년(32)조의 일길찬에 대한 주석 참조.
- 순선(順宣) : 같은 이름의 인물이 본서 권1 신라본기1 지마이사금 2년(113) 2월조에 급찬(級湌)에 임명되었다. 동일인인지는 알 수 없으며, 그 외 다른 곳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 사찬(沙湌) : 신라 경위(京位) 17관등(官等) 중 제8등이다. 본서 권1 신라본기1 유리이사금 9년(32)조의 사찬에 대한 주석 참조.
- 이서고국(伊西古國) : 보통 이서국(伊西國)으로 칭하며, 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 일대에 있었던 진한 소국 중 하나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권제1 기이제1 이서국조에 의하면 유리이사금 14년(37)에 이서국이 신라 금성(金城)을 공격해 왔다고 하였다. 동서 동권 노례왕(弩禮王)조에서는 바로 뒤인 유리이사금 19년(42)에 신라가 이서국을 쳐서 멸망시켰다고 한다. 이 기년을 그대로 믿어 유리이사금대의 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신라와 대립하던 이서국이 이른 시기부터 신라의 영향력 하에 복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미 신라에 복속된 이서국이 여기에서 다시 신라를 공격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이서고국’이라는 표현을 볼 때, 이서국은 이미 멸망하였고 그 잔당 세력이 공격한 일을 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신라의 대외팽창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던 2세기 초엽에 압독국(押督國) 등과 함께 병합되었으나, 점령지에 대한 통치 체제가 완벽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잔존세력이 비교적 강성하였던 압독국과 이서국 등이 모반을 일으켜 신라를 공격한 것으로 본 것이다(李炯佑, 9~11쪽). 이와 달리 『삼국유사』의 기록을 비슷한 왕명 때문에 나타난 혼동의 결과로 보면서, 이전에 투항하여 신라를 중심으로 한 연맹왕국에 참여하였던 이서국이 복속을 거부하고 신라를 다시 침략해 온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李基東, 45~46쪽). 한편 이 기사의 실재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전하는 『삼국유사』 기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서국이 아니라 가야 연맹의 침입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文暻鉉, 1973, 21쪽). 구체적으로 내물왕대에 安羅倭의 대군이 금성을 공격했을 때 광개토왕의 구원 사실이 굴절된 설화로 본 것이다(文暻鉉, 1983, 19쪽).〈참고문헌〉文暻鉉, 1973, 「新羅國 形成過程의 硏究」, 『大丘史學』6文暻鉉, 1983, 「三國遺事所載 味鄒王攷」, 『三國遺事硏究 上』,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李炯佑, 1988, 「伊西國考-初期新羅의 西南方 진출과 관련하여-」, 『韓國古代史硏究』1李基東, 1997, 『新羅社會史硏究』, 一潮閣
- 금성(金城) : 신라 왕성이다. 본서 권1 신라본기1 혁거세거서간 21년(B.C.37)조의 금성에 대한 주석 참조.
- 선왕이 … 하였다 : 이 내용은 『삼국유사』 권제1 기이제1 미추왕죽엽군(味鄒王竹葉軍)조에도 실려 있다.
